
롱블랙 프렌즈 B
새해 첫 토요일. 마음에 새로운 씨앗을 뿌리기 좋은 날입니다. 저는 그 씨앗 중 하나가 좋은 글, 좋은 문장이라고 생각해요. 훗날 내 삶에 단단하게 익은 열매를 맺게 할 그런 문장 말이죠.
이런 생각을 하다가 떠오른 시가 하나 있었습니다. 장석주 시인의 「대추 한 알」.
“저게 저절로 붉어질 리는 없다
저 안에 태풍 몇 개
저 안에 천둥 몇 개
저 안에 벼락 몇 개 (…)”
‘대추 한 알에도 저만의 서사가 있다’는 걸 노래한 시에 많은 이들이 공감했습니다. 2025년엔 2만2500명이 고른 ‘최고의 광화문글판* 문구’ 1위에 이 시가 오르기도 했습니다.
*교보생명이 서울 광화문에 자리한 본사 건물 외벽에 계절마다 거는 대형 글판. 대추 한 알의 문안은 2009년 가을에 걸렸다.
사람들이 사랑한 시에는 시인의 어떤 생각이 담겨 있을까요. 장석주 시인을 경기도 파주의 한 카페에서 만났습니다. 인터뷰에서 그는 말하더군요. “그 시를 쓴 2003년이나 지금이나 마음 공부를 멈추지 않고 있다”고.

장석주 시인
1955년생의 장석주 시인은 드라마틱한 이력을 품고 있는 인물입니다. 그는 시립도서관에서 시와 철학을 독학하던 스물네 살 때 두 신문사 신춘문예 공모에 시와 문학평론을 응모해 당선됐습니다. 그해 특채로 입사한 출판사 ‘고려원’에선 여섯 달 만에 편집부장으로 승진했죠.